한의원에서 약을 지어가는 분이 국산약재 만을 사용해 달라고 한다. 꼭 국산 약재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국산 약재가 좋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국산약재는 좋고 수입약재는 좋지 않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
우선 한약에 들어가는 약재 중에서 국산약재가 좋은 것이 있고 수입약재가 좋은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었기 때문에 품질이 좋은 약재로는 인삼이 있는데, 인삼은 우리나라의 토질이나 기후가 인삼재배에 좋아서 아주 훌륭한 품질의 인삼이 재배될 수 있다고 한다.
계피, 감초, 유향, 몰약 등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것보다 수입된 것이 품질이 더 좋다. 이유는 이와 같은 약재들은 우리나라의 기후와 토질에서는 그러한 약재가 자라지 않거나, 우리나라에서 자랄 수 있다 하더라도 생산비용이 많이 들면서도 수입품보다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나는 약재가 무조건 좋다면 과거 삼국시대 이래 중국이나 남방에서 어렵게 약재를 수입한 이유가 왜일까?
좋은 한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산약재만 사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그 약에 들어가는 약재의 종류에 따라 가장 품질이 좋은 약재를 사용해야 하므로, 국산약재뿐만 아니라 수입약재도 사용할 수 있다.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내용은 자연산에 대한 내용이다.
자연산은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면서 그 환경에 맞는 기운을 많이 머금고 있어서 한의학적 관점으로 보면 좋은 약효를 낼 수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여러 가지 단점이 있다. 우선 균일한 약효를 낼 수가 없다. 같은 환경아래에서 재배된 약재들은 각 약재들이 균일한 약효를 가지지만 자연산은 어떤 것은 2년산 어떤 것은 3년산이다. 더구나 어떤 지역에서 채집해 온 것은 영양이 좋은 토양에서 자란 것이고, 어떤 지역에서 채집한 것은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 것이기 때문이다.
또, 재배를 하면 그 약효에 맞는 성분의 극대화를 꾀할 수도 있고, 품종개량도 할 수있으며, 자연보호와 함께 그 약재를 보존할 수도 있다.
예전부터 다른 것은 몰라도 바둑은 바둑 공부로 배울 수가 있는 것이 아니고, 실전 경험이 많고 인생에 대해서 많이 아는 사람이 잘 둘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프로바둑인을 전문으로 길러내는 바둑 연구생들의 실력이 아주 출중하다는 것을 보면서 바둑이나 한약재나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